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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추석 차례상 - 생활지혜 듬뿍 담긴 영양식탁

추석 차례상 - 생활지혜 듬뿍 담긴 영양식탁
2006년 10월 04일 | 글 | 편집부ㆍ |
 
차례는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지내는 조상, 즉 기제사를 지내는 조상께 지낸다. 조상의 제사를 모실 때 배우자를 함께 모시듯이 차례에서도 조상들의 배우자를 같이 모신다. 이를 합설(合設)이라고 한다. 차례 하면 복잡하고 지켜야 할 규칙도 많은 것으로 생각하나 그 유래와 원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음양오행 표현한 차례상

우선 차례 상차림을 보면 5열로 진설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열은 과거의 조상들이 먹어왔던 음식을 순서대로 표현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수렵, 채집시대에 먹었던 음식을 의미하는 제일 앞쪽의 과일과 둘째 줄의 나물과 채소,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먹었던 음식들인 전류, 농경시대에 들어서면서 먹었던 주식과 반찬을 의미하는 탕, 적, 메(밥), 갱(국) 등이 순서대로 올려진 것이다.

차례 상차림은 제수를 놓는 위치와 수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나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소멸을 설명하는 음양오행설을 따르고 있다. 물론 음양오행설이 현대에는 과학적이다 그렇지 않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과거 조상들이 차례 상차림속에서도 그네들이 생각한 일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차례상은 신위는 북쪽에 놓고, 생선을 놓을 때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에 놓는다는 일정한 방위 규칙을 갖고 있다. 또 땅에 뿌리를 두고 얻어진 음식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해서 종류의 수를 짝수로 맞추려고 했고, 그 이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해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췄다.


향, 악취제거와 해충퇴치

향은 주변을 정화하는 실질적인 효과와 함께 신을 부른다는 의미가 있다.
제주는 꿇어앉아 향(香)을 세 번 사르고 강신(降神)의 예를 행한다. 강신이라 함은 신을 내리게 한다는 뜻.

향은 나무진이나 나무조각, 그리고 나뭇잎 등으로 만드는데 향나무가 주로 쓰인다. 향은 부정을 깨끗이 하는 정화 기능과 신성을 상징한다. 처음 인도에서 향이 사용될 때는 상징적 의미보다 실질적 의미가 더 강했다. 부패로 인해 악취가 많은 인도의 기후에서 악취를 제거하고 해충들의 근접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향을 사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주위 환경을 정결하게 해 향피우기가 신성성을 지니게 됐다. 따라서 제사를 비롯해 모든 성스러운 종교의식은 향불을 피움으로써 시작한다. 즉 분향은 신이 강림해 좌정할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며, 영혼이 향내를 맡고 찾아오게 하는 행위다.

신화에서 보면 향이 신계(神界)의 상징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신과 인간의 교통 매개물이기도 하다. 용궁에 다녀온 수로부인의 몸에서 향내가 났다는 기록이나 신선계를 그린 그림에서 향연이 자욱한 것이 그 예다.


첫줄 - 대추, 밤, 감, 배

제일 앞줄에 놓는 과일의 진설 방법은 이설이 분분하다.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에 놓는다는 동조서율(東棗西栗),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아 과실의 배치가 울긋불긋함을 피하려 했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 대추, 밤, 감, 배 순으로 놓는다고 주장하는 조율시리(棗栗枾梨)가 있다. 대체로 현대에 들어서는 조율시리를 많이 따른다.

대체로 과일의 제수 그릇 수는 짝수만큼 놓도록 돼 있다. 이는 땅에 뿌리를 둔 지산(地産), 즉 음산(陰産)이기 때문에 음수인 짝수로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이후로 과일제수 그릇을 홀수로 놓는데 이유는 명확치 않다. 그리고 한 제기에 과일을 올릴 때는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 개를 놓았다. 이 때 과일의 위아래를 깎아 놓았는데 그 이유는 잘 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조상들이 드실 수 있도록 정성으로 다듬어 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둘째줄 - 자연의 맛에 가깝게

두번째 줄에는 삼색 나물과 식혜, 김치, 포 등이 올라간다. 이때 삼색 나물의 삼색은 역시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이다. 김치도 희게 담근 나박김치만을 올리는데 그 이유는 깨끗하고 순수한 음식을 올리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개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식에는 소금 이외에 많은 양념을 쓰지 않는다. 이는 제사 상차림이 양념이 발달하기 전부터 굳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능한 모든 음식을 자연의 맛에 가깝게 만든다는 의미도 있다.



셋째줄 -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세번째 줄에 오르는 전과 적은 술안주다. 생선 중에 장어는 올릴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장어가 용(龍)을 상징해 왕조를 의미하므로 올릴 수 없었다고 한다.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를 올릴 때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두동미서(頭東尾西)를 따른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設)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이다. 동쪽은 해가 솟는 곳으로 소생과 부흥을 뜻하므로 머리를 동쪽에 둔다. 반면 해가 지는 서쪽은 동쪽과 반대되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므로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한다.



넷째줄 - 탕은 하늘에서 내린 음식

네번째 놓인 탕은 어탕, 육탕, 계탕 이렇게 3가지 탕을 올렸다. 땅에 뿌리를 박지 않은 고기나 생선은 하늘에서 얻어진(天産) 것이기 때문에 같은 줄에서는 양(陽)수인 홀수로 놓는다.

그리고 탕은 건더기만을 떠서 놓는데 이는 조상들이 잡수시기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섯째줄 - 생사 구분하는 밥과 국의 위치

다섯번째는 메(밥)와 갱(국)을 신위 수대로 올린다. 제사 때 신위에 바치는 쌀밥을 메라 하고 국은 갱이라고 한다. 메는 특별히 되게 하는데 이것은 쌀의 본래 모습에 가깝도록 하기 위해 되게 만든다. 이 때 메와 갱을 올리는 위치는 우리가 밥과 국을 놓는 위치와 정반대다.

즉 밥이 서쪽, 국이 동쪽이다. 이를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한다. 이는 산자의 세계와 죽은자의 세계가 다름을 의미한다. 추석과 같은 차례에는 메 대신에 송편을 올리고 설에는 떡국을 올린다.


둥근 달을 표현한 송편

제사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떡이다. 떡은 곡식으로 만든 먹거리 중에서 가장 정결한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떡은 오랜 옛날부터 제사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추석 차례상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송편이다. 추석의 상징적 의미는 둥근 달과 함께 어우러진다.

알알이 여문 알곡과 만월이 주술적인 연상으로 묶이면서 원형(圓形)으로 추상되는 민간신앙을 낳았다. 그 중 하나가 둥근 달과 알곡을 모방한 송편이다. 또 달빛 아래서 여인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추는 강강술래도 알곡과 보름달이 투영된 춤이다.


영양학적으로 완벽

이렇게 차려진 차례상은 사실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다. 고기에 는 단백질이, 국에 쓰이는 다시마와 생선에는 칼슘이 풍부하고, 채소와 과일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들어있다. 또 탄수화물은 밥과 떡으로부터 얻을 수 있고, 지방은 전과 적에서 얻을 수 있다.

차례를 지낸 후 후손들이 먹을 때는 술과 안주를 먹은 다음 밥과 국 반찬류를 먹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송편과 햇과일을 먹게 된다. 주식에서 후식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차례상차림이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다니 조상들의 지혜에 다시 한번 놀랄 뿐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조상들에 대한 예를 이렇게 거국적으로 올리는 경우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중국도 제사를 지내는 집이 있기는 하나 국가적이지는 않다.


<장경애의 '추석 차례상' 기사 발췌 및 편집>
출처 : 중원 배드민턴 클럽
글쓴이 : 조약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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